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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IS

낭만은 갔는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명대사  Shall I hear more? (더 듣고 있을까?)  Or shall I speak at this? (아니면 지금 말을 할까?)에 필적할 만한  대사는 한국 로맨스 역사에서는  아무래도 소설 장한몽에 나오는 이수일의 대사 놔라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그렇게 좋더냐일것 같다.  (정작 소설에는 이 대사는 없고 영화에만 있다고 한다) 워낙에 유명한 대사라서 놔라 바지 찢어진다뭐 이런 패러디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렇게 말을 하는 이수일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당시에 그 이수일의 한에 사무친 이야기를 듣는 독자와   돈 앞에서 무너지는 심순애를 욕하는 것과 동시에 이수일의 편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사람들의 정서에는 돈보다 사랑을 먼저 생각했을 것이고, 또 어쩌면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던 그 시절에 이수일은 순정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었을 것이고, 심순애는 황금만능주의의 출현을 예고하는 복선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집에서 즐겨보는코빅을 보고 있었는데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망토론이라는 코너가 있었다. 사망토론의  (이런 주제를 가지고도 토론을 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보게 되는 토론 프로그램이다)  주제는 약혼자가 있는데 재벌 2세가 사귀자고 한다면, 과연 헤어질 것인가?" 였다. 갑론 을박 끝에 사람들은 토론을 보고나서 관객들은 투표를 하였다. 어떤 사람의 의견을 지지하느냐하는 것이다. 결과는 249:191로 재벌 2세가 사귀자로 한다면 약혼자가 있어도 헤어진다는 것이다.



결과가 나오기전에 나는 순진하게도 약혼자랑 헤어진다는 의견이 우세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건지..) 예전에는 드러내놓고 돈을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드러내놓고 좋다고 하는것이 지금의 세상인듯 하다.

90년대 초 군대에서 김한길씨의 로맨스 소설 여자의 남자” 1,2,3권을 단숨에 읽어치우며, 그가 서문에 썻던 말에 가슴이 뜨거워졌던 것이 기억이 난다.



 

 지구상에는 <사랑을 믿는 사람들> <사랑을 비웃는 사람들>이라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인간들이 마치 같은 인간인 듯이 뒤섞여 살고 있으며, 인류의 역사는 세력간의 끊임없는 갈등과 반목의 기록이기도 하다. 예컨대, 사랑하는 남녀가 겪는 번민과 고통의 많은 부분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랑을 비웃는 세력과의 싸움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나는 보물찾기에 지쳐서 이제 반쯤은 포기하려드는 젊은이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그들이 우물을 찾아서 갈증을 푸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욕심에서 소설을 썼다.    사랑 때문에 아프고 힘들어하는 이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로써, 사랑을 일종의 정신병으로 몰아붙이는 훼방꾼들에게는 반성을 촉구하기 위하여, 또한 사랑 따위는 이미 오래전에 잊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새삼스레 어떤 기억을 일깨워주기 위하여 나는 『여자의 남자』에 매달렸다.


어쩌면 그 시대까지는 로맨스가 돈이나 권력보다 소중했던 시대인지 모른다.그런데 이제 2013년을 지나면서 진정한 낭만은 가고 로맨스는 그저 돈과 성으로 퇴색되어지는 것같다.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편안함과 안정된 것을 추구하는 세대 앞에서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소리치지도 못하는 담대하지도 못한 사람이 되어가버리는 나를 발견한다

이제는 대동강가를 방황하는 수많은 이수일들에게 쿨 하게 심순애를 인정하라고어른처럼 어깨를 치고 가야하는 때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시대의 조류 앞에서 따라 흘러가지도 못하고 발꼿꼿이 들고 딸려가지 않으려고 버틸힘도 이젠 별로 남아있지 않은 세대가 되어가는 것 같다


P.S 지금 정치인으로 활동중인 김한길씨는 아직 사랑을 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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