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나 고등학교 시절에는 일일 나이트라는 것이 있었다. 학생들 끼리 돈을 모아서 나이트장을 빌리고, 초대장을 만들어 팔아서 수입을 잡았던 그런 일일 나이트라는 일일 찻집의 변종 문화가 있었다. 대낮에 하는 나이트 클럽, 하지만 거기 처음이며 마지막으로 따라 갔던 나는 문화적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싸이코 조명 아래서 춤추는 나의 날라리 친구들을 보며 말이다. ..
그러나 몇분이 지나지 않아서, 나는 곧 환경에 익숙해 지기 시작했다. " 아 자식들~~이렇게 밖에 못추나" 그리고 나도 몸을 흔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몇분이 지나지 않아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남들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비웃었던 나는 정작 지극히 추하게 몸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그도 그럴것이 나는 nerd 에 가까웠기 때문인데. 남을 비웃었던 나는 사실, 남보다 추하게 몸을 흔들어 대고 있었으니...
그후로도 나의 비교의식은 곧잘 발동되곤 했다. 공부를 하면서도 아 자식들 그렇게 밖에 못하나. 그러나 그들은 대충해도 그렇게 하는 것이고, 나는 최선을 다해도 못따라 간다는 것을 나중에는 결국 알게 되었다.
군대에서도 마찬가지 였던것 같다. 관물대 정리며, 사격이며, 나는 남보다 잘할줄 알았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니 나는 남보다 잘하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한번은 총을 못쏴서 기합을 받은 적도 있으니 후후..
이상하다, 성격은 잡기를 좋아하는데, 정작 능력은 따라주질 않았다. 가위바위보, 땅따먹기에서부터 시작해서, 공부에 이르기 까지 뭐 특별하게 잘한 것도 없었고,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도 드러나게 무엇을 잘한 것은 없었다. 굳이 잘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면 공부하기전에 책상정리하는 것 정도? 그것도 시험때 마다 해야되는 책상정리는 공부에 영방해되는 요소였다.
전도사 시절. 여러 목사님들을 섬기면서 그분들의 목회를 봐오면서, 참 마음속으로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좀 이렇게 하면 좋을텐데, 저렇게 하지 못하시나? 속으로 불평하기도 하고, 뭐 이것밖에 못하나 그런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 사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와서 느끼는 것은 과연 구관이 명관이라는 것이다. 2003년도에 목사안수 받고, 교단이 지목하는 목회자 21세기가 원하는 목회자, 영성과 실력을 겸비한 미래형 목회자,,,(누구는 만명 목회자가 꿈이라지만) 뭐 이런것 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인정받는 목회자는 될줄 알았다.
사실 그리 못하지만도 않았다. 내가 시킨 부흥은 아니었지만, 교회가 부흥되기도 했었고, 시키는 대로 안한다고 쫓겨나기도 했지만, 나를 붙잡는 목사님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나름대로 의식있고, 영성있고, 학식있는 목회자가 되리라 생각했는데, 요사이에 가만히 보면, 나 혼자서 추하게 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때가 있다. 나의 날라리 친구들의 춤을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아주 인상적이다. 따로 놀려 춤추다가 원을 이루어서 같이 추고, 그 가운데 춤 잘추는 아이가 들어와서 춤추고..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 그런 원을 만들줄도 모르고 가운데 들어가서 춘다는 것은 꿈도 못꾸고 그저 무대 아래서 박수만 치는 그런 아직nerd 인것 같다. 아직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이제 와서 조금 더 후회되는 것이 있다. 전도사 였을 때에 부교역자 일때에 모든 목사님의 리더쉽을 샅샅이 익혀둘것을, 하긴 어떤 목사님은 당회하기 전에 장로부인들 밥부터 먹였다는 분들도 있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이것 밖에 못하나 하는 생각때문에 잘 배우지 않았던 것이 지금은 조금 더 후회가 된다.
아..어떻게 하나..우리 주님이 그만 춤추고 내려와라 하시면....
P.S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게 많이 부흥회 다녔으면서도 부흥사들의 성령춤도 나는 제대로 흉내를 못낸다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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